어피니티 컨소시엄, ICC 중재 2차 청문회 앞두고 ‘무리수’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 투자자(FI)인 어피니티 컨소시엄(어피니티 에쿼티파트너스, 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의 풋옵션 중재 소송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어피니티 컨소시엄과 담당 회계법인 관계자 등은 검찰에 기소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피니티 측은 최근 신 회장의 실물증권 일부에 대해 법원에 가압류를 신청했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어피니티 측이 검찰 기소 등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제상공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은 15일부터 19일까지 신 회장과 어피니티 간의 풋옵션 중재 소송 2차 청문회를 연다. 1차 청문회는 작년 9월 온라인으로 진행됐고, 중재재판은 단심제로 2차 청문회가 마지막이다. 결론이 나올 때까지 통상 6개월 정도 소요되므로 오는 9월께 결판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ICC 중재판정은 법원 확정판결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갖는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지난달 말 신 회장의 실물증권 일부에 대해 법원에 가압류를 신청했다. 어피니티 측은 열쇠공을 대동해 신 회장 자택 침실까지 침입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과정에서 신 회장 자택 경비원이 부상을 당했고, 경비원은 어피니티 측 법률대리인 관계자를 경찰에 고소할 방침이다.

교보생명은 어피니티 측의 이번 가압류 신청이 신 회장의 자금줄에 대한 압박이 아니라 여론전에 활용하기 위한 흠집내기로 판단하고 있다. 주식이 전자증권으로 전환돼 실물증권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설사 주식을 가압류했더라도 의결권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ICC 중재 청문회 직전에 가압류를 신청하는 방식으로 심리전을 펼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검찰에 기소되면서 수세에 몰리자 신창재 회장의 배당금·급여·자택 등에 이어 실물증권에까지 가압류를 신청하는 등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어피니티 측은 이에 앞서 지난 2019년 3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신 회장의 배당금 약 850억원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했다. 지난해 4월에는 신 회장의 자택과 급여에 대해서도 가압류 조치를 해놓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도 어피니티 측의 이번 가압류 신청은 무리수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효성 없는 가압류를 신청했다는 점과 자택은 물론 교보생명 본사 건물에서 소란을 피웠다는 점에 비춰보면 검찰 기소 등으로 수세에 몰린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무리수를 두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올 초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관계자 3명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에 공정시장가격 산출을 의뢰한 어피니티 컨소시엄 임원 2명을 기소했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지난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492만주)를 주당 24만5000원, 총 1조2054억원에 사들였다. 이때 2015년 9월까지 IPO(기업공개)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 회장 개인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주간 계약(SHA)을 맺었다. 교보생명 IPO는 IFRS17 도입 준비 등으로 지연됐고, 이에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지난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했다. 당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은 공정시장가격 산출에서 풋옵션 행사가격을 주당 40만9000원으로 평가했다. 이는 매입 원가인 주당 24만5000원의 2배 수준으로, 이 때문에 과대평가 논란이 불거졌으며 교보생명은 가격을 부풀려 평가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을 검찰에 고소했다.